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허리
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아무리 근사한 곳에 가도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좋아하는 배우(청년도 아니고 중견이었는데!) 인터뷰를 마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강력한 현타가 온 다음부터 묵언수행 아닌 ‘묵찍수행’에 들어갔다. 얼마 전 거절하기 난처해 실로 오랜만에 취재 장소에서 사진을 찍게 됐는데 사진을 보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디서 오신 이모님’ 얼굴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자세가 팔십 평생 고된 농사일로 뼈가 삭은 영화 속 할머니들과 너무나 똑같았다. 기운 없고 아픈 허리를 지탱하기 위해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어 어깨가 뒤로 빠지는 그 자세 말이다. 나 역시 삼십대 초반부터 지속적인 요통에 시달려왔지만 허리 통증은 농부부터 돌봄노동자, 기자, 컴퓨터 프로그래머까지 현대인이면 ..
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