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의상
옷걸이에 걸린 상의(上衣) 하나, 설레고 있다 공중을 아랫도리로 삼고 주머니마다 어지럼증이 가득해 어느 바람에나 잘 흔들린다 단추가 없는 상의는 실이 꿰어진 바람의 눈이고 흔들리는 레이스는 피지 않은 바람의 깃이다 반나절은 하마터면 날려갈 뻔한 외출이었다 - 안은숙 시인 - 빨랫줄 옷걸이에 레이스가 달인 ‘상의(上衣) 하나’ 걸려 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챙겨 보내고,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는 널어놓은 빨래다. 연일 반복되는 일상은 심신을 지치게 한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티가 나지 않는 집안일을 마치고는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린다.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상의 레이스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 옷걸이에 걸린 옷처럼 집안일에 묶여 있다는, 내 삶의 위치와 가치를 생각하다다 마음..
2023.01.16